바로 직전 시간에서는 일본에서의 ① 도장의 의의, 그리고 도장을 가지고 업무에서 괴상한 짓?을 하는 일본의 현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ㅎㅎ
이런 괴상한 현상은 도장뿐만이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일본에서는 ② 팩스, ③ 플로피 디스크 등을 이용하여 업무 처리를 하고 있는데요.
이번 파트에서는 팩스, 플로피 디스크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② 팩스(ファックス)
팩스는 글자나 그림 등이 적힌 종이를 읽고, 그것을 전기 신호로 바꾼 후에 전송하거나 상대방이 보낸 전기 신호를 원래의 글자, 그림 등으로 바꾸는 기계입니다.
사실 팩스 기계에 송신할 종이만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되므로 의외로 편리하며, 무엇보다도 해킹의 위험이 매우 낮다고 하네요.
사실 팩스는 우리나라 회사나 관공서에서 아직까지 쓰이고 있습니다만, 전자화된 결재 시스템이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의 팩스는 주류에서 벗어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다릅니다.
바로 직전 시간에 다루었던 업무에서의 도장 문화에서처럼 일본은 아날로그 사회에 머물러 있고,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20세기에 구축해 놓은 팩스 시스템을 이용한 업무가 많습니다.
심지어 업무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나 일반 가정에서조차 아래 이미지처럼 팩스 기계를 따로 마련해 둔 경우도 많습니다.
먼저 ⓑ부터 설명하자면, 업무에서 이런 도장을 찍는 이유는 팩스 송신이 완료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니 팩스 송신이 완료된 것을 왜 굳이 도장으로 찍느냐?
이는 '우리는 확실히 팩스를 보냈으므로, 너네가 팩스를 못 받은 것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야' 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즉 우리는 책임을 완수했으므로, 혹여나 문제가 생겨도 우리한테 책임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죠 ㅎㅎ
일본에서 도장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말하면 일본 사회의 애정, 나쁘게 말하면 일본 사회의 집착성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도장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다...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를 언급해 보자면, 실제로 적지 않은 수의 일본 집에 가정용 팩스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구체적인 것은 다음 이미지와 함께 알아보도록 합시다.
여기서 レトロデバイス는 레트로 디바이스, 즉 복고풍 전자 장치를 말합니다.
그나마 일본 정부는 팩스를 레트로 디바이스로 인식하고 있네요 ㅎㅎ 일본 직장에서는 전혀 레트로가 아니지만요.
가장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일본의 36.6퍼센트가 가정용 팩스 기계를 소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네요.
표본이 25000개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본의 총인구 1억 2천만 명 중 4000만이 넘는 사람들이 가정에 팩스를 가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엄청난 숫자이죠.
70대가 가장 높고, 30대가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줍니다.
고령으로 올라갈수록 소유 퍼센트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0대의 경우 39.2퍼센트, 20대의 경우 20.7퍼센트로 의외로 높은데, 이는 10 ~ 20대가 자발적으로 가정용 팩스 기계를 소유하고 있기보다는, 40~60대의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수치를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고령층일수록 팩스 기계를 유의미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보이며, 고령일수록 최첨단 통신 수단, 즉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기보다 예전부터 익숙한 팩스 기계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면 일본의 가정집, 회사 가릴 것 없이 팩스는 아직까지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③ 플로피 디스크(フロッピーディスク)
일단 이 글을 읽고 있으신 10대나 20대 중후반 분들은 플로피 디스크 자체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교 교과서에는 언급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반대로 30대 이후 분들은 어렸을 때 컴퓨터 게임을 설치할 때, 이 플로피 디스크를 이용했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ㅎㅎ 참고로 저는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이 플로피 디스크는 진짜로 거의 거의 안 쓰일 겁니다!
플로피 디스크는 90년대 중반까지 널리 쓰였으나, 그 후 90년대 후반에 CD, 2000년대 초중반에 DVD 등으로 저장 매체의 트렌드가 바뀌어 갔기 때문이죠 ㅎㅎ
그래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아래 이미지에 소개하겠습니다.
요새는 진짜 쓰일 일이 없다 보니, 운 좋게 미개봉의 고전 게임을 구해도 곧바로 컴퓨터에 설치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위의 ⓔ, ⓕ와 같이 전용 드라이브를 구하고 컴퓨터 운영 시스템도 윈도우가 아니라 MS-DOS로 바꿔야 하고;;; 여하튼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일부 관공서나 은행에서는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합니다!
실제로 일본의 한 공무원이 일본 야마구치현에 있는 300여 가구에 지원금을 지원해야 하는데, 오류가 생겨 한 사람에게 약 4억 5천만 원을 몰아서 제공해 버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 중에 송금 명부가 바로 플로피 디스크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었죠...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검색해 보시면 신문 기사가 나오니까 읽어 보세요 ㅎ
지금까지 일본의 비효율적인 아날로그 업무 방식, 도장과 팩스, 플로피 디스크 등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봤습니다.
이번 파트에서 알아볼만한 단어입니다.
現象(げんしょう): 현상
伝送(でんそう): 전송
送信(そうしん): 송신
外れる(はずれる): 벗어나다
しかも : 게다가, 더욱이
~ 済み(ずみ): ~ 완료, 마무리된 것을 의미하는 어미형 단어
執着(しゅうちゃく): 집착
レトロ : 레트로, 복고풍
ぼんやりと : 어렴풋이, 희미하게
最先端(さいせんたん): 최첨단 (일본어로는 최선단, 우리말로는 최첨단으로 말함)
公務員(こうむいん): 공무원
誤り(あやまり): 오류
☆ 같은 한자이나, 읽는 방법 및 의미가 달라지므로 같이 외울 것.
幸いに(さいわいに): 다행히도, 운 좋게
幸せに(しあわせに): 행복하게